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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Virus의 시사

인재(人災)가 부른 대재앙, 구제역


구제역이란?

발굽이 2개인 소·돼지 등의 입·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긴 뒤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가축의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이다. 소의 경우 잠복기는 3∼8일이며, 초기에 고열(40∼41℃)이 있고, 사료를 잘 먹지 않고 거품 섞인 침을 흘린다. 잘 일어서지 못하고 통증을 수반하는 급성구내염과 제관(蹄冠)·지간(趾間)에 수포가 생기면서 앓다가 죽는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고, 만일 이 병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하며, 감염된 소와 접촉된 모든 소를 소각하거나 매장해야 한다. 구제역이 발생하는 나라에서는 조직배양 백신을 이용한 예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34년 처음 발생했으며, 이후 66년 만인 2000년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발생해 충청도 지역까지 확산되어 큰 피해를 입혔으며, 2001년에는 영국에서 발생하여 유럽·동남아·남미 등지로 번졌다.

인재(人災)가 부른 대재앙, 구제역

2010년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낳고 있다. 피해 규모는 물론 기간도 그렇다. 지난 2002년의 구제역은 경기와 충북에서 52일간 지속됐지만 발생건수는 16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벌써 50일을 훌쩍 넘겼고 살처분, 매몰 가축은 216만 마리를 넘어서며 호남과 경남,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피해 지역이다.

이번 구제역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접수되는 구제역 의심 신고는 거의 예외 없이 '양성'으로 판정되고 있다. 구제역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초기 대응에 이어 차단 방역마저 실효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이제는 구제역 추이를 전망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급기야 정부는 2010년 12월25일부터 경북과 경기를 중심으로 구제역 백신을 예방접종하는 마지막 수단을 강구했지만 추가 확산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제주를 포함한 전국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그러나 유례없이 장기간 지속되는 한파 속에 구제역이 번지지 않은 일부 농가의 반발까지 겹치면서 경북 지역에서는 예방 접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기도 했다.

구제역 발생 만 52일째인 1월19일 현재 살처분, 매몰 가축은 4천312농가의 216만4천920마리로 집계됐다. 가축별로는 소가 3천120농가 13만6천921마리 돼지가 944농가 202만2천615마리 염소가 147농가 3천486마리 사슴이 101농가 1천898마리다. 농가의 도덕 불감증과 초기 방역 실패, 구제역의 뒤만 쫓아가는 방역 등 '사람의 잘못'으로 엄청난 가축이 산 채로 매몰되는 비극을 맞고 있다.

초기 미온 대응, 농가 도덕 불감증이 재앙 자초

"설마가 사람잡는다더니..." 이번 구제역은 그야말로 설마가 가축 잡는 형국이 됐다. 정부의 기록에는 지난해 11월 28일 경북 안동의 돼지농가에서 첫 구제역 의심 신고가 나온 것으로 돼 있지만 현지 농가들에 따르면 그보다 5일 빠른 것으로 돼 있다. 한 돼지농가가 11월 23일 처음으로 구제역 의심 증상을 신고했으나 지금까지 안동에서 단 한번도 가축전염병이 없었다는 안이한 판단으로 방역 당국이 적극 대처하지 않은 게 화를 키웠다.

결국 잇단 의심 증상 끝에 11월 28일 의심신고를 접수하고 정밀검사 끝에 11월 29일에야 구제역으로 판정했다. 이미 엿새의 방역 공백이 발생한 뒤였다. 그새 안동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한우만 해도 15마리였다. 이들 한우의 이력을 추적한 결과 구제역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공백 기간을 전후해 경기도 파주의 분뇨시설업자가 두차례나 안동에 드나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낫다.

방역 공백은 검역이나 소독절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구제역 바이러스가 빈발하거나 상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남아 지역을 다녀온 축산 고나계자 2만4천여 명 가운데 무려 9천 명이 귀국 때 신고, 검역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설마 나 한 사람이야..."라는 축산 농민의 도덕 불감증과 초기의 미온적 대응에 따른 방역 공백이라는 인재(人災)가 대재앙을 초래한 주범인 셈이다.